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김경록 교수 연구팀은 초절전 '3진법 금속-산화막-반도체(Ternary Metal-Oxide-Semiconductor)'를 세계 최초로 대면적 실리콘 웨이퍼에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영국 현지시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발표했다.
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3진법 반도체는 현재 쓰이는 2진법과 달리 0, 1, 2 값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3진법 반도체는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 계산 속도가 빠르고 그에 따라 소비전력도 적고, 반도체 칩 소형화에도 강점이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에서 숫자 128을 표현하려면 2진법으로는 8개의 비트(2진법 단위)가 필요하지만 3진법으로는 5개의 트리트(3진법 단위)만 있으면 저장할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소자의 단위면적당 집적도를 높여 정보를 처리하다 보면 소자의 소형화에 따른 양자역학적 터널링 현상이 커져 누설전류가 증가한다. 이로 인해 소비전력이 증가하는 문제가 크다.
김 교수팀은 발상의 전환으로 소비전력 급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누설 전류를 3전법 구현에 활용했다. 누설전류의 양에 따라 정보를 3진법으로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김 교수팀 연구지원을 위해 파운드리 사업부 팹(FAB)에서 미세공정으로 3진법 반도체 구현을 검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연구를 2017년 9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정테마로 선정해 지원해왔다.
이번 연구로 현재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기존 반도체 공정에서 3진법 반도체를 구현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고 삼성전자 측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2진법 반도체 소자 공정 기술을 활용해 초절전 3진법 반도체 소자와 집적회로 기술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대면적으로 제작해 3진법 반도체의 상용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기존 2진법 시스템 위주의 반도체 공정에서 3진법 시스템으로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의 공정·소자·설계 전 분야에 걸쳐 미래 반도체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진법 반도체는 향후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바이오칩, 로봇 등의 기술발전에 있어 큰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국가 미래 과학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532개 과제에 6826억원을 집행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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