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블랭크 마스크 등 추가 수출규제시 반도체 생산 직격타…삼성 '비메모리 전략'도 후퇴 우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본은 현재 이를 위한 법령개정 절차에 착수했으며 오는 24일까지 의견 수렴 기간을 진행한다. 백색국가에서 한국이 제외될 경우 첨단소재와 전자, 통신, 센서 등 분야에서 1100여개 품목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중엔 일본 의존도가 높은 실리콘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 리소그래피 장비 등이 포함돼 있어 반도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원료인 실리콘 웨이퍼는 대일 의존도가 높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실리콘웨이퍼의 수입 규모는 약 4억7000만 달러(약 5500억원)로, 일본산은 전체 수입의 39.7%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의 전체 실리콘 웨이퍼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했지만 일본산은 12.5% 늘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일본산 웨이퍼 의존도는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실리콘 웨이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일본의 신에츠 화학과 섬코가 각각 27%, 26%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실트로닉스, 미국 선에디슨, 국내 SK실트론도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으나 생산량과 품질 면에서 일본 업체와 격차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특히 미세공정 난이도가 높은 최첨단 제품에서 일본산 웨이퍼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웨이퍼 수급 상황이 타이트한 데다 공급사 변경시 제품 테스트에 상당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D램과 낸드플래시, 시스템반도체 전반에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웨이퍼는 그 핵심"이라고 강조한 뒤 "SK하이닉스는 계열사인 SK실트론 웨이퍼를 비교적 많이 쓰지만 삼성전자는 상당부분 일본산 웨이퍼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본이 웨이퍼까지 수출 규제에 들어가면 생산에 즉각적인 타격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웨이퍼 품질 자체도 일본산이 뛰어나지만 적게는 8개 많게는 700여개 세부 공정마다 웨이퍼가 특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변경하면 최적화에 2~6개월이 소요된다"며 "새로운 공급사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해야 공장 증설을 할 텐데 장기 계약을 맺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SK실트론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 업체를 포함해 메이저 5개 업체에서 물량을 골고루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 일본의 규제로 삼성과 SK가 물량을 추가 주문해도 본사의 재고관리상 생산을 바로 늘리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을 제조하는 포토마스크(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의 원재료)인 블랭크 마스크 역시 핵심 소재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력하고 있는 극자외선(EUV) 기술 구현을 위해선 일본산 호야 제품이 필수적이다. 공급 차질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강화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국내에서 에스앤에스텍 등이 포토마스크 제조에 뛰어들었으나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호야가 생산하는 블랭크 마스크가 삼성전자 내 비중 60%를 상회하고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호야가 독점 생산하고 있다"며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는 국내 반도체 업체가 일본 제품을 가장 선호하기 때문에 규제가 가해질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밖에 추가 제재 가능성이 있는 리소그래피(반도체 제작 공정 중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림을 그리듯이 형성하는 공정) 장비는 반도체용의 경우 네덜란드 ASML이 주로 만들며, 디스플레이용은 니콘과 캐논이 생산하고 있다. 다만 장비의 경우 공장 증설이나 노후 장비 교체시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출 규제시 타격은 덜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3개 품목 규제를 통해 한국의 가장 아픈 부분을 건드렸다"며 "추가 규제시 한국과 일본의 산업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100개 품목 중 일부만 포함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